발레리나, 신적 폭력과 법을 베는 3가지 우아한 몸짓

발레리나, 신적 폭력. 렌 와이즈먼 감독의 영화 <발레리나>는 존 윅 유니버스의 거대한 신화적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그 핵심을 관통하는 ‘법의 문제’를 가장 미학적인 방식으로 질문합니다. 루스카 로마(Ruska Roma)라는 암살자 육성 기관에서 발레 무용수로, 동시에 살인 병기로 길러진 루니(아나 디 아르마스 분)의 여정은 단순한 개인적 복수를 넘어섭니다. 대중문화 비평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최고 회의(High Table)’로 상징되는 견고한 법적 질서가 한 개인의 주권적 폭력 앞에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무대입니다.

신화적 법률(Mythische Gewalt)과 최고 회의의 통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그의 기념비적 논문 『폭력 비판을 위하여(Zur Kritik der Gewalt)』에서 폭력을 두 가지 층위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신화적 법률(Mythische Gewalt)입니다. 이는 법을 세우고(Rechtsetzend), 세워진 법을 보존하는(Rechtserhaltend) 폭력입니다. 존 윅 세계관의 ‘최고 회의’와 ‘콘티넨탈 호텔’의 규칙은 바로 이 신화적 법률의 현신입니다. 이들은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구성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폭력을 허용합니다.

루니가 속한 루스카 로마 역시 이 신화적 질서의 하부 구조입니다. 어린 소녀들을 발레리나라는 우아한 기표 아래 가두고, 그들의 신체를 암살 도구로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은 법이 생명을 포획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여기서 폭력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Zweck)으로 기능하며, 개인의 욕망은 시스템의 보존을 위해 철저히 유예됩니다. 루니가 겪는 고통은 단순한 물리적 가해를 넘어, 이 거대한 법적 그물망에 의해 자신의 실존이 규정당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구분신화적 법률 (Mythic Law)신적 폭력 (Divine Violence)
작동 원리법 정립 및 법 보존 (Recht)법 파괴 및 법 해소 (Entsühnend)
영화 속 표상최고 회의, 콘티넨탈의 규칙루니의 궤도를 벗어난 복수
결과죄와 형벌의 순환속죄와 새로운 주체의 탄생

법을 해소하는 신적 폭력(Göttliche Gewalt)의 발레

벤야민이 제시한 두 번째 폭력인 신적 폭력(Göttliche Gewalt)은 신화적 법률의 순환을 끊어내는 파괴적이고도 정화적인 힘입니다. 이는 새로운 법을 세우기 위한 폭력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법적 굴레를 무너뜨리는 ‘법 해소적’ 성격을 띱니다. 루니의 복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특별해집니다. 그녀는 최고 회의가 정한 암살자의 규칙(비즈니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법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순수한 분노와 슬픔의 에너지를 폭발시킵니다.

무대 위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발레의 도약이 신체적 한계를 돌파하는 예술적 행위이듯, 루니의 살육은 사회적·법적 제약을 돌파하는 주권적 행위가 됩니다. 그녀가 칼을 휘두르고 총을 발사하는 순간은, 시스템이 부여한 ‘암살자’라는 기능적 역할을 벗어던지고 ‘루니’라는 고유한 실존을 회복하는 제의(祭儀)와 같습니다. 팝코기토(Pop Cogito)는 이를 ‘피의 아라베스크’라 명명합니다. 이는 타자를 죽이기 위한 기술을 넘어, 자신을 억압하던 법의 세계 자체를 사멸시키는 신적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학술적인 맥락에서 벤야민의 폭력론을 이해하기 위해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의 발터 벤야민 항목을 참조하면, 루니의 행위가 왜 단순한 범죄가 아닌 ‘정의(Justice)’의 영역에 닿아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신적 폭력은 피를 흘리게 하지만, 그 피는 죄를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법의 저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속죄의 피입니다.

예외상태의 주권자: 규칙 없는 무대 위에서의 도약

영화 속 루니는 존 윅이라는 절대적 존재와 조우하며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합니다. 존 윅이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균열이라면, 루니는 그 균열 속에서 피어난 가장 날카로운 가시입니다. 그녀는 법이 정한 ‘파문(Excommunicado)’의 공포조차 무화시키는 주체성을 보여줍니다. 벤야민은 신적 폭력이 “법의 중단”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루니가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최고 회의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할 때, 구암의 밤은 법적 질서가 마비된 ‘예외상태’로 변모합니다.

이 과정에서 루니의 신체는 기호화된 무용수의 몸에서, 법의 외부를 타격하는 전쟁 기계로 전이됩니다. 발레의 정교한 동작들이 살인의 기술로 치환되는 연출은, 상징계의 질서(예술/법)가 어떻게 실재적 폭력에 의해 전복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합니다. 그녀의 마지막 도약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단순히 악인이 처단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옥죄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의 법’이 한 개인의 의지에 의해 산산조각 났기 때문입니다.

결론: 심연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파괴

영화 <발레리나>는 발터 벤야민이 꿈꿨던 법의 전복을 루니라는 매혹적인 페르소나를 통해 구현해냈습니다. 신화적 법률이 지배하는 차가운 세상에서, 그녀가 흘린 피와 땀은 법을 넘어선 정의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복수는 끝이 났으나 그녀의 춤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가 짜놓은 안무(법)에 맞춰 춤추는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무대를 부수고 나가는 신적 폭력의 화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녀의 우아한 몸짓에서, 체제의 견고한 벽 허무는 인간 의지의 숭고한 광휘를 목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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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및 출처

  • 발터 벤야민, 『폭력 비판을 위하여(Zur Kritik der Gewalt)』, 길.
  • 발터 벤야민, 『역사철학테제(Über den Begriff der Geschichte)』, 길.
  •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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