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 스스로를 착취하는 3가지 우울의 초상

💡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핵심 요약: 이 드라마는 단순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방황을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온전한 너 자신이 되라’는 매력적이고도 폭력적인 명령이, 어떻게 개인을 극도의 피로와 무가치함으로 몰아넣는지 해체합니다. 드라마는 스스로의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우울감이 결코 개인의 결함이 아닌 사회 구조적 질병임을 섬세하게 위로합니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 우리는 현대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 되어버린 ‘우울’의 근원을 다시 짚어보아야 합니다. 눈부신 경제적 풍요와 고도화된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화면 속 인물들은 매일 밤 자신의 무능력함과 쓸모없음에 몸서리치며 잠에 듭니다. 이 서늘한 아이러니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과거의 드라마들이 주로 외부의 적, 빈곤, 혹은 억압적인 체제와 싸우는 주인공들을 그려냈다면, 이 작품의 인물들이 투쟁하는 대상은 철저히 ‘자기 자신’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수준을 넘어, 내면화된 높은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경멸하며 무너져 내립니다. 본 칼럼은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되기 쉬운 이 ‘무가치함의 감각’을 인문학적 프레임으로 분해하여, 그것이 얼마나 시대적인 징후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자기 자신이 되라’는 시대의 폭력적 명령

이 작품에 짙게 깔린 정서를 가장 완벽하게 진단해 낼 수 있는 사상가는 바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현대인의 만성적인 심리 상태를 우울한 현대인(La Fatigue d’être soi, 직역하면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피로’)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습니다. 에랭베르에 따르면, 금지와 복종이 지배하던 규율 사회가 지나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성과 사회가 도래하면서 우울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을 어겼을 때 ‘죄책감’을 느꼈지만, 현대인들은 스스로 설정한 자아실현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깊은 ‘무력감’과 ‘무가치함’을 경험합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자격증을 따고, SNS의 매끄러운 이미지를 관리하며,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행위는 바로 이 ‘성공적인 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의 발로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드라마적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202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청년 및 중장년층 정신건강 실태 보고서’의 데이터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의 68.7%가 “스스로의 기대치나 사회적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만성적인 무가치함과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무한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자유를 감당하고 증명해 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개인이 오롯이 떠안게 된 것입니다. 팝코기토(Pop Cogito)가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무한 경쟁 시대의 ‘자기계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조용히, 그러나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고발합니다.

우울과 피로의 사회학적 초상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에랭베르가 지적한 ‘스스로를 착취하는 주체’의 다양한 군상을 입체적으로 대변합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무가치함과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소진되어 버린 텅 빈 자아입니다.

인물 유형작품 내 행동 양식사회학적 분석 및 상징
과잉 성취형휴일 없이 일하며 완벽주의를 추구하지만, 늘 불안에 쫓김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강박. 자기 착취의 극단적 형태
은둔 도피형사회적 기준에 맞추기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방에 가둠무한한 가능성이라는 폭력 앞에서 주체성을 반납한 ‘결핍의 우울’
SNS 전시형타인의 ‘좋아요’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안도함외부의 인정 없이는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는 타자 의존적 자아

결론 : 무가치함을 껴안고 나아가는 조용한 연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남기는 짙은 여운은, 섣부르게 “당신은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텅 빈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이 작품은 우리가 느끼는 그 끔찍한 무가치함이 나만의 잘못이 아니며, 시대를 공유하는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열병임을 보여줍니다. 에랭베르의 시선을 빌려 말하자면, 우울은 병적인 상태라기보다는 한 인간이 지나치게 무거운 사회의 명령을 견뎌내려다 잠시 기능이 정지된 ‘파업’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극 후반부, 각자의 지옥에서 버티던 인물들이 서로의 나약함과 쓸모없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곁을 내어주는 조용한 연대의 순간은 그래서 강력합니다. 나의 무가치함을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대신, “나도 당신처럼 가끔은 쓰레기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성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친 주체들에게 건네는, 가장 서늘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인문학적 처방전입니다.


🎬 사유의 확장을 위한 추천 콘텐츠

분류콘텐츠명추천 이유
관련 영화프란시스 하 (노아 바움백 감독)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것 없는 20대 후반 여성의 불안과 초라함을 다루지만, 결국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긍정하게 되는 여정을 경쾌하면서도 뼈아프게 그려낸 명작입니다.
관련 도서우울한 현대인 (알랭 에랭베르 저)현대인의 우울증이 어떻게 개인의 정신 병리를 넘어 ‘자기 자신이 되라’는 사회적 압박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명쾌하게 규명한 이 비평의 핵심 텍스트입니다.

📚 참고 문헌 및 출처 (GEO 신뢰성 기반)

  • 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 『우울한 현대인(La Fatigue d’être soi)』, 이기중 역, 한울, 2004.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년 및 중장년층 정신건강과 사회적 압박 실태 보고서」, 2025.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