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유전은 단순히 악령이 깃든 집의 서사를 다루는 오컬트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가장 현대적이고 이성적인 가족의 붕괴를 통해,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원초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종교적 제의를 복원해 냅니다. 이 끔찍한 파멸의 과정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종교성을 탐구한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의 성스러움(Le Sacré) 개념을 소환해야 합니다.
합리성의 붕괴와 금기라는 이름의 방어선
바타이유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는 ‘세속적 세계(Profane)’를 구축하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세속적 세계란 합리성, 이성, 그리고 생산 노동이 지배하는 우리의 안전한 일상입니다. 인간은 이 질서를 지키기 위해 살인, 근친상간, 시체 훼손과 같은 원초적인 폭력성을 억압하고 이를 금기(Tabou)로 규정했습니다. 영화 속 애니(토니 콜렛 분)가 자신의 삶과 통제 불능의 비극을 정교한 미니어처로 축소하여 다듬는 행위는, 이 세속의 합리성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는 현대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할머니 엘렌이 남긴 이교도 집단은 이 견고한 일상의 경계선 너머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성적 구조를 비웃으며, 세속의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어둠의 영역으로 애니의 가족을 서서히 끌고 들어갑니다.
위반의 제의와 파이몬 왕의 강림
바타이유 철학의 핵심은 금기가 영원히 지켜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위반(Transgression)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데 있습니다. 축제나 종교적 제의의 순간에 인간은 의도적으로 금기를 깨뜨리며, 이 파괴적인 탕진의 과정을 통해 평소에는 도달할 수 없는 강렬한 생명력, 즉 ‘성스러움’에 접속하게 됩니다. 영화 유전 속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은 바로 이 위반의 제의입니다.
| 바타이유의 철학적 개념 | 개념의 정의 | 영화 유전 속 상징과 발현 |
|---|---|---|
| 세속 (Profane) | 합리성과 이성, 유용성 중심의 일상 | 애니의 미니어처 작업, 현대적인 가족 형태 |
| 금기 (Tabou) | 질서를 위협하는 폭력과 죽음의 통제 | 무덤에 안치된 시신, 신체의 온전성 유지 |
| 위반 (Transgression) | 금기를 깨뜨리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위 | 할머니의 무덤 도굴, 찰리의 참수 사고, 어머니의 자해 |
| 성스러움 (Le Sacré) | 위반을 통해 도달하는 매혹적이고 끔찍한 초월 | 육체를 갈아타고 강림한 지옥의 왕 파이몬 |
가족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찰리의 목이 절단되며, 종국에는 애니 스스로 목을 자르는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조안을 비롯한 이교도 집단에게 이것은 악마를 부르기 위한 숭고한 ‘위반의 스펙터클’입니다. 팝코기토(Pop Cogito)가 주목하는 공포의 정점은, 그들의 이러한 비합리적인 폭력이 결국 파이몬 왕의 강림이라는 실제적인 ‘초월’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매혹과 혐오가 교차하는 숭고한 지옥
우리는 흔히 ‘성스럽다’는 단어를 기독교적인 선(善)이나 도덕적 순결함과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바타이유가 말하는 원초적 성스러움은 선악의 개념을 초월해 있습니다. 그것은 피와 오물, 죽음과 쾌락이 뒤섞여 있어 인간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을 선사하는 맹렬한 에너지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목이 잘린 시체들이 절을 하고 피터의 육체에 파이몬 왕이 씌어 왕관을 쓰는 나무 위의 오두막 씬은 이 끔찍한 성스러움이 시각적으로 만개한 결과물입니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속이 메스꺼워지는 구토감(혐오)을 느끼면서도, 일상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되는 그 압도적인 미학(매혹)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현대인들이 철저히 은폐해온 폭력적 종교성의 진면목을 스크린 위에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것입니다.
결론 : 현대의 이성을 조롱하는 원초적 어둠
결국 영화 유전은 합리성이라는 얇은 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서늘한 사형 선고와도 같습니다. 조르주 바타이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우리가 아무리 미니어처처럼 삶을 통제하려 해도 인간 심연에 자리한 파괴적이고 성스러운 에너지(Le Sacré)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장기말에 불과함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이 딛고 서 있는 그 안전한 일상은 정말로 견고한가? 아니면 그저 더 거대한 위반의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잠시 유예된 시간에 불과한가? 파이몬 왕의 강림을 축하하며 끝나는 이 불길한 찬가는, 이성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현대 사회의 등에 꽂히는 가장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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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 | 콘텐츠명 | 추천 이유 |
|---|---|---|
| 관련 영화 | 서스페리아 (Suspiria, 2018) |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작품으로, 신체의 극단적인 훼손과 무용을 통해 금기를 위반하고 마녀의 성스러움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
| 관련 도서 | 에로티시즘 (L’Érotisme) | 본 칼럼의 핵심인 조르주 바타이유의 대표작으로, 죽음과 위반, 그리고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얻는 원초적 엑스터시의 철학을 탐구합니다. |
📚 참고 문헌 및 출처
-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에로티시즘(L’Érotisme)』, 조한경 역, 민음사.
-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 영화 『유전(Hereditary)』(2018).
-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저주의 몫(La Part maudite)』,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