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12번의 죽음이 증명한 1가지 진실 : 이제 곧 죽습니다

취업 실패, 투자 실패,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 막다른 길에 내몰린 청년 최이재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종택 작화, 이원식 스토리의 삶의 의미를 묻는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는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죽음을 가볍게 여긴 대가로 ‘죽음’이라는 초월적 존재에게 12번의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형벌을 받게 된 이재. 이 기괴하고도 잔혹한 서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희망이 거세된 세계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실존주의의 거장 알베르 카뮈의 목소리를 빌려오고자 합니다.

부조리의 자각과 자살이라는 잘못된 해답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그의 명저 『시시포스 신화(Le Mythe de Sisyphe)』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카뮈에게 자살은 삶이 살 가치가 없음을 고백하는 패배의 인정입니다.

이재가 겪는 절망은 카뮈가 말한 부조리(L’Absurde)의 전형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세계는 그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이재의 현실은,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인과율이 붕괴된 부조리한 공간입니다. 이 거대한 침묵 앞에서 이재는 삶을 포기함으로써 부조리를 끝내려 했지만, 이는 부조리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굴복하는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시시포스의 바위와 12번의 죽음이라는 형벌

이재에게 내려진 형벌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를 연상시킵니다.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산 정상까지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 바위는 정상에 닿는 순간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그는 영원히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재 역시 타인의 몸으로 들어가 필연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새로운 생으로 던져지는 무의미한 반복을 강요당합니다.

처음 이재는 이 반복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게임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그는 자신이 죽인 것이 단순히 육체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자 연인이었으며, 동시에 단 하나뿐인 우주였음을 깨닫습니다. 카뮈가 시시포스를 ‘행복한 존재’로 상정한 이유는 그가 바위를 밀어 올리는 고통스러운 과정 자체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이재 또한 타인의 삶을 횡단하며 비로소 자신의 생이 가졌던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구분자살 직전의 이재 (허무주의)죽음의 형벌 중인 이재 (부조리 자각)최종 단계의 이재 (반항적 주체)
삶의 태도의미 없는 고통의 회피생존을 위한 처절한 발버둥생의 유한함에 대한 경외와 수용
죽음의 의미고통을 끝내는 유일한 탈출구극복해야 할 게임의 장애물삶을 빛나게 하는 절대적 조건
주체성운명에 패배한 수동적 존재시스템에 이용당하는 유희물부조리에 맞서는 반항적 주체

반항하는 인간과 생의 뜨거운 긍정

카뮈 철학의 핵심은 부조리를 자각한 뒤에 오는 반항(La Révolte)에 있습니다. 반항이란 신이나 내세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의지로 무의미한 운명과 맞서는 것입니다. 이재는 12번의 죽음을 겪으며 점차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목격하며 자신의 삶을 복구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휩싸입니다.

이 열망은 곧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의 의지로 이어집니다. 이는 저희 팝코기토(Pop Cogito)가 지향하는 인문학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삶의 의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명확한 한계 앞에서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하고 창조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재가 마지막에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통해 깨닫는 진실은, 가장 평범하고 고단한 일상이야말로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입니다.

결론 : 당신의 바위는 아직 굴러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웹툰은 최이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든 시시포스들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비록 우리가 밀어 올리는 바위가 언제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라 할지라도, 그 바위를 밀어 올리는 근육의 긴장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 속에 진정한 존엄이 깃들어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가장 날카로운 배경일 뿐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가 다시 바위를 향해 내려가는 그 짧은 휴식의 순간에 그가 신들보다 우월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역시 삶의 부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그것을 긍정할 때, 비로소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마주한 그 막막한 어둠은, 당신이 곧 맞이할 눈부신 아침의 서막임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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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반복되는 시간 여행을 통해 평범한 하루의 위대함을 깨닫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냄.
영화이키루 (살다, 1952)시한부 판정을 받은 관료가 죽음 직전에 삶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도서시시포스 신화 (알베르 카뮈)부조리한 삶에 대항하는 실존적 반항과 자유에 대한 카뮈의 철학적 정수가 담긴 필독서.

참고 문헌 및 출처

  • 알베르 카뮈, 『시시포스 신화 (Le Mythe de Sisyphe)』, 민음사.
  • 알베르 카뮈, 『반항하는 인간 (L’Homme révolté)』, 민음사.
  • 장 폴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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