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리바이어던은 1914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기점으로, 우리가 알던 근대사를 완전히 재편합니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이 야심작은 단순히 기계와 생명체의 대립을 다룬 스팀펑크 액션물을 넘어, ‘인간이 아닌 것들’이 어떻게 역사의 주체로 등장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현대 철학의 거장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사유를 빌려와야만 합니다.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행위자 리바이어던의 출현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리바이어던’은 단순한 비행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고래 유전자와 다양한 생명체가 결합된 거대한 ‘살아있는 생태계’입니다.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는 인간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 동물, 기술과 같은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ctor)들 역시 인간과 동등하게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애니메이션 리바이어던 속에서 비행선은 승무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며, 스스로 판단하여 비행 경로를 수정합니다. 여기서 리바이어던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행위자’로 등극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무너진 이 하이브리드 존재는 근대주의가 세워놓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정면으로 타격합니다.
클랭커와 다윈주의자 그리고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작품 속 세계관은 증기기관과 톱니바퀴의 힘을 믿는 ‘클랭커’ 진영과 유전자 조작 생명체를 무기로 사용하는 ‘다윈주의자’ 진영으로 나뉩니다. 얼핏 보기에 이는 기계 대 생명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라투르적 관점에서는 두 진영 모두 서로 다른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음은 두 진영이 구성하는 행위자 결합의 특징을 정리한 표입니다.
| 구분 | 클랭커 (Clankers) | 다윈주의자 (Darwinists) |
|---|---|---|
| 주요 행위자 | 증기 기관, 강철, 톱니바퀴, 조종사 | 조작된 유전자, 고래, 박쥐, 생물학자 |
| 결합 방식 | 기계적 조립 및 물리적 연결 | 유기적 공생 및 생물학적 융합 |
| 라투르적 해석 | 비유기적 사물의 네트워크화 | 유기적 생명체의 기술적 네트워크화 |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알렉과 데린의 만남입니다. 클랭커의 황태자인 알렉과 다윈주의자의 군인인 데린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거대 생명체 안에서 조우할 때, 적대적이었던 두 세계의 네트워크는 비로소 융합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연대는 인간 사이의 화해를 넘어, 서로 다른 기술 체계와 생태 체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거대한 ‘번역(Translation)’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적 사고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팝코기토(Pop Cogito)가 주목하는 지점 역시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비인간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역의 정치학 전쟁을 멈추는 이종간의 연대
전쟁은 대개 ‘우리’와 ‘타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리바이어던의 서사는 이러한 구분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폭로합니다. 비행선 내부에서 작동하는 수만 마리의 ‘메시지 도마뱀’이나 공기 중의 수소 분자들까지도 전쟁의 행위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전쟁은 더 이상 인간들만의 명분 싸움이 아니게 됩니다.
라투르는 우리가 한 번도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사물과 생명, 인간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세상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서 알렉이 기계적 지식으로 생명체 비행선의 위기를 극복하고, 데린이 생물학적 유대감으로 기계 장치를 다루는 장면들은 바로 이 ‘하이브리드성’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진정한 소름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촘촘하게 엮여 하나의 거대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그 ‘연결망’의 숭고함에서 옵니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탄 승객이자, 그 시스템을 함께 굴려가는 작지만 소중한 행위자들인 셈입니다.
결론 : 네트워크가 제안하는 새로운 평화의 문법
애니메이션 리바이어던은 20세기 초의 비극적인 전쟁사를 빌려와 21세기적 화두인 ‘공존’을 이야기합니다. 브뤼노 라투르가 주창한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은 이 작품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기술 폭주 시대의 지침서로 읽게 만듭니다.
우리가 기계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한 전쟁과 파괴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바이어던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생존을 지탱하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일부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가능해집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 거대한 연결의 가능성을 시각적 경이로움으로 증명해낸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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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 | 콘텐츠명 | 추천 이유 |
|---|---|---|
| 관련 영화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인간과 곤충, 자연이 맺는 거대한 네트워크와 공생의 서사가 리바이어던의 다윈주의적 세계관과 깊은 공명감을 형성합니다. |
| 관련 도서 |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 본 칼럼의 핵심 이론가인 브뤼노 라투르의 저서로,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깨고 하이브리드의 세상을 선언하는 철학적 기초를 제공합니다. |
📚 참고 문헌 및 출처
-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Reassembling the Social: An Introduction to Actor-Network-Theory』, Oxford University Press.
-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Nous n’avons jamais été modernes』, La Découverte.
- Scott Westerfeld, 『Leviathan』, Simon & Schuster. (원작 소설)